일상

가을비와 커피 한잔의 그리움..가을비가 내리는 날에 읽고 싶다

드려와~~ 2016. 10. 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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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을 포함해 전국에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기상청은 2일 낮부터 내일(3일) 새벽 사이에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mm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가을비가 내리는 날에 가울비에 관한 시를 ...

진한 아메리카노 카피와 함께 읽고 싶다



가을비와 커피 한잔의 그리움 /  이채 


                                     


가을비 촉촉히 내리는 날 

외로움을 섞은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 것은 


살갗 트는 외로움이 

젖은 미소로 기웃거리다 

가을비처럼 내린다 해도 좋은 것은 


젖은 그리움 하나 

아직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던 기억 한 스푼으로 

넉넉히 삼키는 커피 한잔이 

비처럼 추억처럼 

가슴 밑동까지 파고 듭니다 


가을비 촉촉히 내리면 

커피 한잔의 그리움으로 

아늑하고 싶은 마음 달래어봐도 

짐짓 쓴 커피 맛은 사라지지 않지만 


아름다운 추억 한 스푼을 넣은 

커피 한잔의 그리움으로 

가을비 타고 올 

그대를 그리고 싶습니다




가을비를 맞으며 / 용 혜 원     


촉촉히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얼마만큼의 삶을 

내 가슴에 적셔왔는가 

생각해 본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가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허전한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훌쩍 떠날 날이 오면 

미련없이 떠나버려도 

좋을 만큼 살아왔는가 


봄비는 가을을 위하여 있다지만 

가을비는 무엇을 위하여 있는 것일까 

싸늘한 감촉이 

인생의 끝에서 서성이는 자들에게 

가라는 신호인듯 한데 


온몸을 적실 만큼 

가을비를 맞으면 

그 때는 무슨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내일을 가야 하는가 



가을비 낙엽 위에  / 황금찬


                          



어제 낙엽이 지더니

오늘은 종일 비가 온다


가을비는 낙엽 위에 내리고

그 위에 다시 낙엽이 쌓인다


이 길로 누가 걸어갔을까

오늘엔 내가 가고

내일은 또 누가 걸어가리라


가을비는 낙엽 위에 내리고

그 위에 다시 낙엽이 진다.



어떤 흐린 가을비 /  류근 

                           



이제 내 슬픔은 삼류다

흐린 비 온다

자주 먼 별을 찾아 떠돌던

내 노래 세상에 없다

한때 잘못 든 길이 있었을 뿐


붉은 간판 아래로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같은 추억이

지나간다 아마를 가린 나무들

몸매를 다 드러내며 젖고

늙은 여인은 술병을 내려 놓는다


바라보는 순간

비로소 슬픔의 자세를 보여주는

나무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숙이고 술을 마신다

모든 슬픔은 함부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삼류가 된다


가을이 너무 긴 나라

여기선 꽃 피는 일조차 고단하고

저물어 눕고 싶을땐 꼭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잎사귀를 허물면서 나는

오래전에 죽은 별자리들의 안부를 생각한다


흐린 비 온다

젖은 불빛들이 길을 나선다

아무도 듣지 않는 내 노래 술집 쪽으로 가고

추억 쪽에서만 비로소 따뜻해지는

내 슬픈 잎사귀 또 비에 젓는다



가을비 / 이수진  

   

                           

 

아침까지도 내리는 비가 

자꾸 혼돈케 하는 것은

자식 된 도리기 때문일 게다


가을, 

푸성귀가 한참인 

어머니의 밭고랑에는

분명히 단비다 


하지만, 

겨 냄새가 한참인

아버지의 들녘에서는

분명히 소박 맞을 비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덩실덩실 춤춰도 될 일이건만

아버지를 생각하면 

곡소리가 나오려 한다 


어느 쪽이든 

단 한 분만을 택할 수 없는 이 노릇

저 내리던 비가 멈추고 

靑天(청천)에 흰나비를 그리면

해답이 나오려나



가을비 내리는 날 /   詩 허영자 

             

                  


하늘이 이다지 


서럽게 우는 날엔 


들녘도 언덕도 울음 동무하여 


어깨 추스리며 흐느끼고 있겠지 




성근 잎새 벌레 먹어 


차거이 젖는 옆에 


익은 열매 두엇 그냥 남아서 


작별의 인사말 늦추고 있겠지 




지난 봄 지난 여름 


떠나버린 그이도 


혼절하여 쓰러지는 꽃잎의 아픔 


소스라쳐 헤아리며 헤아리겠지.



너에게 / 정승호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 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나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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