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37㎞까지 선두를 달리다 코스에 난입한 종말론 추종자 닐 호런(69·아일랜드)의 방해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가까스로 일어난 리마는 페이스를 잃은 탓에 3위로 골인했다. 그래도 그는 두 팔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리마는 당시 누구도 탓하지 않고 “동메달에 만족한다”고 말해 전 세계에 감동을 선물했다. 그 해 페어플레이의 상징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메달’을 받은 그는 지난 6일 리우 올림픽 개회식에 최종 성화 점화자로 나섰다. 리마는 “개회식 1시간 전 점화자가 펠레에서 나로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정말 영광스러웠다. 난 이미 금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리마에게 “아테네 올림픽에서 당신을 넘어뜨린 사람을 원망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리마는 “난 그를 이미 용서했다. 그 때도, 지금도 결과에 만족한다. 금메달이냐 동메달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올림픽에 참가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 내게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리마는 또 “한국 선수들이 눈물을 흘린 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일 것이다. 그래도 세계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 비운의 마라토너가 아니다. 올림픽 결승선을 통과할 때 금메달을 못 땄다고 실망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피니시 라인에 도착했다”고 강조했다.
은퇴 후 리마는 자원봉사를 하며 가난한 아이들을 돕고 있다. 학교에서 무급으로 강의도 한다. 그는 “어릴 적 버스 탈 돈이 없어 달리기를 시작했다. 마라톤을 하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 사탕수수를 베고 있을 것”이라며 “내가 스포츠를 통해 받은 걸 가난한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더 좋은 날이 온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리마는 2007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평화기원 마라톤(중앙일보 후원)에 참가한 적이 있다. 당시 리마는 “다음에 한국에 온다면 통일을 기원하는 의미로 남한에서 출발해 북한에서 골인하는 마라톤 코스를 뛰고 싶다”고 말했다
9년이 지나서도 그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리마는 “서울에서 평양까지 뛰고 싶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남한과 북한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그렇지만 내게 남북한은 하나로 보인다”며 “스포츠를 통해 두 나라가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마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이 어느 분야에 있더라도 날 보고 힘을 내라. 지루하더라도 끝까지 자신과 싸워라. 1등이 아니더라도 기쁠 것이다. 어떤 역경에도 좌절하지 않는다면 나처럼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동메달을 가질 수도 있다.”
리우=박린·피주영 기자 rpark7@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리우2016] 리우 불 밝힌 리마 "서울에서 평양까지 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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